국내 이산화탄소 농도 ‘최고치’ 경신…유럽 “기후위기, 코로나19 만큼 심각”_포커 게임을 플레이하여 돈을 벌다_krvip

국내 이산화탄소 농도 ‘최고치’ 경신…유럽 “기후위기, 코로나19 만큼 심각”_포커의 기술적 기초_krvip

출처: National Geographic Image Collection/Alamy
계절적으로 변동성은 있지만, 꾸준히 '우상향'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배출량 자체가 끊임없이 늘고 있는 데다가 한번 배출되면 금방 사라지지 않고 최장 300년이나 대기에 머물러 있는 이산화탄소의 특성 때문입니다.

■2015년 '마의 벽' 넘은 뒤 '파죽지세' 상승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를 연소할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입니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효과로 반짝 줄어드는가 기대했지만, 다시 '고점'을 회복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아래 그래프를 보면 대략 8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빙기와 간빙기를 거치는 동안 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는 예외 없이 200에서 250ppm 사이를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줄곧 상승세가 이어지더니 2015년 '마의 벽'이라고 불리던 400ppm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파죽지세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어디가 끝일까요?


■국내 이산화탄소 농도 '417.9ppm'...전 지구 평균보다 높아

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에는 그러나 관심이라도 집중되지만 정작 국내 상황이 어떤지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요. 지난해 우리나라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분석한 최신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발간한 '2019년 지구대기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7.9ppm(기준: 안면도)이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전 지구 평균농도(409.8ppm)와 비교해 8.1ppm 높았습니다. 1년 전인 2018년보다 2.7ppm 증가했는데 최근 10년간 증가율은 매년 2.4ppm 수준이었습니다.


매년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보여주는 아래의 막대 그래프
(이산화탄소 절대 증가 값)를 보면 2000년대보다 2010년대 들어 상승 폭이 더 커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우상향'하는 가운데 특히 최근 들어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뜻입니다.


■해양과 토양의 탄소 흡수력 '한계' 도달

기상청은 특히 지난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던 이유로 해양과 토양을 들었습니다. 바다와 육지 생태계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절반가량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기후위기로 해양이 뜨거워지고 잦은 홍수와 가뭄, 사막화 등으로 육지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올여름 시베리아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번져나간 산불은 '탄소 흡수원'이었던 숲을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원'으로 바꿔 놓았다는 탄식도 나왔습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로 자연 스스로가 해왔던 고유의 조절 능력이 망가져 버린 겁니다.

출처: Mario Anzuoni Reuters
■산불과 온실가스, '양의 되먹임' 무한 반복?

산불이 잦아진 원인은 기온이 상승하고 가뭄이 계속되면서 불이 잘 번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인데요. 올해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산불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기온 상승과 기상이변을 가속하고 더 많은 산불을 불러오게 되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손에 꼽히는 최악의 산불은 대부분 최근 1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장기간의 가뭄과 기록적인 강풍이 악재로 작용했는데요. 미국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기후변화는 '진짜'라며 기후변화를 '인정'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곧 다시 추워질 것"이라며 여전히 온난화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기후위기,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 세계 8번째

우리도 기후위기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올해 들어 긴 장마와 태풍 3개를 연달아 겪었습니다. 벌써 기억이 희미하지만, 지난해에는 태풍 7개가 10월 초까지 영향을 줬고 2년 전 여름은 펄펄 끓는 '열돔' 속에 한 달 넘게 갇혀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기후위기로 인해 피해가 심한 나라 중 하나이지만, 전 세계 평균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먼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살펴보면 2018년 기준 6억 9540만톤으로 집계됐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외환위기가 찾아와 경제가 '올스톱'됐던 1997년 무렵을 제외하고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2010년에는 이전 해보다 최고 8.5%나 증가했고 2013년과 2014년 증가세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이 [출처: knoema.com]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에 있을까요? 아래 그래픽을 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 1등은 중국입니다. 무려 112억 5590만 톤에 이릅니다. 2위 미국과도 격차가 상당해 2배 이상인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중국은 지난해 배출량이 이보다 상승해 139억 톤을 넘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3위는 인도, 4위 러시아, 5위는 일본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리나라는 8번째로 배출량이 많았는데요. 10위권 안에 아시아 4개국이 오르면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핵심 카드가 이제 아시아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례적으로 독일이 6위에 올랐고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정도가 주요 배출국으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2018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 [출처: knoema.com]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에 가뭄과 홍수, 태풍, 폭염, 해수면 상승 등 기후위기로 인한 모든 재해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많이 배출한 만큼 많이 돌려받는 셈인데, 최근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미 체감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유럽..."기후위기, 코로나19 만큼 심각"

어제 (16일) 유럽에서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자고 제안한 겁니다. 기존 목표는 40% 감축이었습니다. 야심차면서도 획기적인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환경오염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는데요. EU 회복기금의 30%를 '녹색 채권'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새로운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안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과거의 탄소 경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순환되는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에 있습니다.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될 거라고 강력하게 선언했는데요. 유럽연합(EU)의 최종 목표는 ‘저탄소’를 넘어 ‘탄소 중립’을 향해 가는 것입니다.

탄소 중립은 이미 배출된 탄소라도 신재생 에너지 같은 다른 에너지원으로 감쇄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인의 인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장기적으로 기후위기는 코로나19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71%에 이를 정도였고요.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우선순위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답도 65%나 됐습니다. (입소스, 전 세계 14개국 성인 2만 8천여 명 대상 온라인조사, 2020년 4월)

우리나라 국민의 84.6%도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리서치뷰, 우리나라 성인 1만 6천여 명 대상 전화 조사, 2020년 4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만 정반대...석탄 발전 계속 증가

지난 4월 EU 회원국 17개국의 기후 및 환경부 장관들은 “그린딜 활용해 코로나19 극복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린딜'이란 2050년까지 유럽을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들기 위한 기후환경 정책을 말하는데요. 이러한 에너지 전환은 전 세계 GDP를 약 100조 달러 증가시켜 코로나19 경제회복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파리 협약에 의해 2030년 탄소 배출 전망치(BAU)와 비교해 37%를 감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력 생산에 있어 석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와 정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그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1985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구조를 보여줍니다. 2018년 기준 석탄에 의한 발전은 261.3테라와트시(TWh)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했고 가스와 원자력, 석유가 뒤를 이었습니다.

태양과 바람, 지열, 바이오매스를 모두 합친 신재생 에너지는 노란색으로 표시돼있는데, 21.9테라와트시(TWh)로 석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요.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국내 전력 생산 추이를 보면 점점 더 검은색의 석탄 비중이 커지고 있다. <출처: www.carbonbrief.org>
■ 우리나라도 '기후악당' 꼬리표..."이대로 내버려둘 것인가"

독일의 환경부 장관인 스베냐 슐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로나19와 달리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의 백신을 알고 있다”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도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후 방화범’(climate arsonist)이라고 부르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또 유권자들에게 "만약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트럼프에게 4년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얼마나 많은 산림이 불타오르고 얼마나 많은 들판이 슈퍼폭풍에 날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출처: CNN우리나라 역시 '기후 악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만큼 이제 더는 주저할 시간이 없습니다. 유럽연합처럼 정부가 강력한 탄소 중립 정책을 만들고, 구체적인 실현 방안과 적극적인 재정 운용 방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탄소 배출량 8위에, 국민을 매년 반복되는 재해 앞에 내버려 둔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저 멀리 북극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개인이 자전거를 타고 텀블러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구체적이고 지속성 있는 정책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재해 복구도 중요하지만, 근본 원인인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이 중요한 시점입니다.